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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azzolla Tango Gala Concert 관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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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azzolla Tango Gala Concert 관람 후기

경기도민이 저와 처는 간만에 서울 땅을 밟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음악회를 보러 간다는 사실은 저한테 무척이나 설레이는 행사였습죠.

저녁 8시부터 시작된 서울신포니에타의 연주는 피아졸라 작곡의 탱고가 주가 된 음악회였습니다. 탱고하면 장미꽃을 입에 물고 노려보는 듯한 눈빛의 댄서가 떠오릅니다만 그런 관념을 깨끗이 지워버린 것은 우선 무대였습니다. 총 25명 가량의 현악4중주단 (바이올린 1/2,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이 검은 정장을 입고 앉아 있었고, 객석은 이미 만원이었습니다. 탱고라는 장르를 미처 몰랐다면 클래식 연주회로 착각할 정도였으니까요...


음악에는 완전 초보인 저에게도 가슴이 저려 오는 바이올린 소리는 때로는 아주 날카로운 긴장감을 만들어 주기도 했고, 때로는 목 메이는 와중에 겨우 침을 한번 삼킬 만한 반전을 만들어 주기도 했으며, 어느 순간에는 군대 제대하던 때가 떠오를 만큼 큰 해방감도 전해 주었습니다. 어쩜 그게 탱고 음악의 매력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현악 연주 속에 아코디언이 녹아 들어가니 재즈 음악을 듣는 듯한 착각도 했습니다. 탱고도 재즈처럼 자유 분방한 연주와 각각의 악기들이 서로 대화하듯이 주고받는 파트가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재즈보다 더 후련한 느낌이 드는 건 역시 긴장과 이완을 넘나들며 그 사이의 반전 시기 마다 단호함과 과감함을 한꺼번에 담아서 시원하게 치고 나가는 연주자들의 모습이 있어서가 아닐까 느꼈습니다. 서울신포니에타의 훌륭한 연주 덕분이기도 하겠습니다. 한편 유일한 관악기가 하나 협연 했었습니다. 바로 클라리넷이었는데요, 처음 연주가 시작될 때 긴 호흡의 한 음이 부드럽게 시작해서 자동차 엑셀을 꾸욱 밟듯이 가속을 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치 뱃고동 소리 같기도 했고, 큰 뿔피리를 부는 듯 하기도 했습니다. 머리 속에 공명이 일어난 느낌!!! 정신이 번쩍 들었더랬습니다. 또 다른 인상 깊었던 악기 연주로 콘트라베이스도 있었습니다. 마치 타악기를 연주하는 것 같이 현을 뜯거나 튕기고 울림통을 두드리는 연주법이 자주 보였는데 그 음들이 다른 어떤 소리와도 차별되면서 든든한 버팀목같이 다른 악기 소리들을 품어안아주는 느낌에 저절로 몸이 들썩이곤 했습니다.

결혼 3년차인 저희 부부는 사실 결혼기념일 날 저녁식사도 함께 하지 못할 만큼 서로가 바쁘고 여유가 부족한 맞벌이 부부였습니다. 무엇보다 제 마음가짐이 문제였겠죠. 그 와중에 이번 음악회 나들이는 그동안의 처에 대한 제 부족함을 조금이라도 용서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 때문에 연주회 가는 길은 제 나름대로 최대한 서둘러 퇴근하여 차를 몰고 처의 퇴근길로 달려갔습니다. 퇴근길에 막히는 차 안에서 보통 때 같았으면 은근 짜증이 나는 대화를 했을 법도 한데, 특별히 서로 시간을 낸 까닭에 마음을 곱게 곱씨으며 예술의 전당에 도착하였습니다. 근데 이게 웬일입니까... 제가 한동안 아주 쉬운 진실을 잊고 살았나 봅니다. 삶에 여유, 윤택함, 풍요로움은 시간과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가만히만 앉아 있어도 몸도 마음도 느긋해지는 음악분수와 아이스크림 나눠 먹으며 도란도란 담소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이 저에게는 아주 이질적인 자극이 되었습니다. 그 자극을 한껏 즐기며 저희 부부는 모처럼 멋진 데이트를 제대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사람 사는 데는 때론 일탈이 필요한 법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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